[화학상식] 종이에도 화학이

종이에도 화학이

 

 

 

인간에게 종이는 단순한 물품이 아니다.

 

책을 통해서 정신을 함양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중요한 재료이다. 최근 전자책과 전자종이가 출현해서 종이의 중요성

 

이 조금 위협받는 듯하지만, 중국의 채륜에 의해 개발된 이래 종이 소비량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의 척도가 될 만큼 그

 

중요성은 아직도 대단하다.

 

 

종이는 원래 나무를 갈아서 만든다. 앞서 설명했듯이 나무는 크게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무에서

 

셀룰로오스만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리그닌을 제거해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황산이나 아황산을 써서 리그닌의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환시킨 다음, 알칼리에 녹을 수 있도록 한 뒤 알칼리 수용액으로 녹여내고, 나머지를 여과하면 셀룰로오

 

스 단섬유가 얻어진다. 이것을 펄프라고 부른다.

 

 

 

펄프에서 종이를 만드는 공정은 TV를 통해서 많이 소개되었다. 이를 보면, 먼저 나무를 잘게 갈아 만든 셀룰로오스 올

 

을 물에 분산시킨다. 이 분산액에 가는 구멍을 가진 체를 담갔다 꺼내서 물을 걸러낸 다음, 체에 걸린 고체를 말리면 종

 

이가 얻어진다. 작업자들은 물속에 분산된 셀룰로오스 단섬유를 걸러내는 과정을 일컬어 "종이를 뜬다"고 말한다.

 

종이를 잘 뜨려면 물속에서 셀룰로오스 단섬유의 분산을 돕고, 건조했을 때 섬유 올들이 서로 잘 접착되도록 도와 주

 

는 결합제가 필요하다. 종이 표면에 약 10배 정도의 배율을 가진 확대경을 대고 들여다 보면 셀룰로오스 섬유들이 서

 

로 얼기설기 엉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이가 잘 찢어지지 않는 이유는 이 결합제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오랫동안 결합제로서 쓰여온 것은 송진 유도체였다. 송진의 화학구조를 그림에 나타내었다. 이를 보면

 

-COOH기를 한 개 가지고 있는데, 이 기는 셀룰로오스의 -OH기와 약한 수소결합을 일으키기는 쉽지만, 더 강한 공유

 

결합을 일으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송진은 오랫동안 쓰이긴 했지만 종이에 대한 접착력이 약하다. 그러다가 송진과 셀

 

룰로오스와의 접착력을 강화시키는 약품으로서 명반이 발견되어 혁명적인 종이보급에 계기가 마련되었고, 최근까지

 

쓰여온다.

 

 

 

명반의 화학명은 황산알루미늄[Al₂(SO₄)₃]이다. 이것은 아주 약한 염기인 수산화 알루미늄을 아주 강한 황산으로 중화

 

했을 때 생기는 염이다. 이 염을 장기간 방치하면 공기 중의 수분에 의해서 중화의 역반응인 가수분해가 일어나 황산

 

이생긴다. 황산은 종이를 가수분해시켜 종이를 구성하는 셀룰로오스 고분자의 분자량을 줄인다. 그래서 오래된 종이는

 

강도가 약해져 결국 푸석푸석해진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ASA(알케닐 호박산 무수물)와 AKD(알킬케텐 다이머)란 두 가지의 중성 결합제

 

가 개발되었다. 이들의 화학구조를 그림에 보였다. 이를 보면 둘 다 셀룰로오스의 -OH기와 공유결합을 할 수 있는 무

 

수물기와 케텐기를 가지고 있어서 명반 같은 결합 촉진제가 없어도 종이에 잘 부착된다. 게다가 황산이 생길 염려도

 

전혀없어서 앞으로는 종이를 오래 보관해도 푸석푸석해질 염려가 없다. 종이를 쓸 때 종이제조에도 이와 같은 화학이

 

숨겨져 있음을 상기해 보자.

 

 

종이는 원래 나무를 가공해 만들기도 하지만, 한 번 썼던 종이인 고지(used paper)를 재생해서 만들 수도 있다. 고지를

 

재사용해서 만들면 오히려 제조비가 훨씬 줄어들고 품질도 좋다. 우리가 종이를 함부로 버리면 이는 지구의 온난화를

 

돕는 행동이다. 나무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이는 잘 쓰되 분리수거도 잘해야 된다. 회수된 종이는

 

자원이고, 숨쉴 때 필요한 "산소"나 마찬가지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종이에도 화학이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2010. 12. 31., 자유아카데미)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74050&cid=42423&categoryId=42423&expCategoryId=42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