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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건강

[화학상식] 밥은 왜 지어 먹어야 하나

 

 

 

밥, 왜 꼭 지어 먹어야 되는가?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먹고 산다. 그런데 쌀은 날 것으로 먹지 않고 반드시 밥으로 지어 먹는다. 밥을 짓기 위해서는 쌀

 

의 1.3~1.5배 무게의 물을 솥에 넣고 끓인다. 여기에 소비되는 에너지도 대단히 많다. 왜 쌀을 날로 먹으면 안 될까? 왜

 

밥을 지을 때에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꼭 끓여야 될까? 쌀을 찬 물에 담가두는 것만으로는 밥이 안 될까?

쌀의 주성분은 전분이다. 전분에 물을 가하고 끓이면 일부 사슬은 가수분해에 의해서 길이가 짧아진다. 또 온도가 높으

 

면 물 분자가 전분 사슬 사이로 들어가 전분입자가 부풀게 된다. 그림에서는 이 부푼 입자를 큰 동그라미로 나타내고,

 

짧아진 사슬은 막대로 표시하였다.

 

물이 전분 속으로 들어가 사슬과 사슬 사이의 공간을 채우는 것을 가소화라고 말한다. 사슬과 사슬 사이의 공간이 물

 

로 채워지면 사슬간 간격은 커지고 사슬이 부풀게 된다. 가소화되면 단단하던 작은 쌀이 부드럽고 큰 밥풀로 변한다.

 

일반인들은 가소제라면 모두 나쁜 물질로 알고 있는데, 밥 속의 가소제인 물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킨다. 전분을 가열

 

했을 때 전분입자가 물을 흡수해서 팽윤하고, 가수분해에 의해서 사슬이 짧아지고 전분 사슬 사이로 물이 들어가 가소

 

화시키는 현상을 전문용어로는 젤라틴화라고 부른다. 단단한 전분에 물을 가해서 마치 젤라틴처럼 만들기 때문이다.

쌀이 젤라틴화되면 씹기도 쉬워지고 소화도 촉진된다. 위에서는 위산에 의해 그리고 장에서는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

 

가 더 진행되는데, 사슬이 짧으면 짧을수록 또 팽윤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체내에서의 가수분해 반응은 더 잘 일어난다.

 

그래서 위와 장이 일을 덜 해도 되고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α-D-1, 4-글루코오스를 생산해 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나 소화가 더딘 노인에게는 된밥보다는 진밥이 좋다.

그림의 변화는 왜 가열해야만 일어날까? 물 분자가 전분의 분자 사슬과 사슬 사이로 침투하여 사슬과 사슬 사이의 간

 

격을 넓힌다는 것은, 전분의 사슬과 사슬 사이의 인력보다 사슬과 물과의 인력이 더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전

 

분 사슬 간의 인력은 매우 강해서 온도가 낮으면 사슬 사이로 물이 침투할 수 없다. 즉, 일정한 온도 이상이 되어야 전

 

분은 젤라틴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전분의 젤라틴화 온도는 전분의 출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3~83℃ 범위이다. 즉, 온도가 적어도 53℃ 이상으로 올

 

라야 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온도는 최저 온도이므로 젤라틴화 속도는 매우 느리다. 밥을 빨리 짓기 위해서는 압

 

력솥에서 100℃ 가깝게 가열해서 젤라틴화 속도를 증가시켜야 된다. 이런 연유로 실온에서는 쌀을 아무리 오랫동안 물

 

에 담가 두어도 쌀만 불을 뿐 절대로 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쌀을 날로 먹으면 어떻게 될까? TV에서는 생쌀을 간식처럼 먹는 꼬마, 입덧 때문에 생쌀만 먹는다는 임산부 이야기가

 

방영되기도 했었다.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인간의 체온은 37℃ 밖에 안되므로 젤라틴화가 일어날 수 없다. 체내에

 

서 효소와 산에 의해서 전분 사슬이 가수분해될 수 있지만, 고체 상태의 전분가루는 표면적이 작아 젤라틴화 속도는

 

매우 느리다. 그래서 밥짓는 것에 비하면 쌀의 섭취효율이 대폭 낮아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전분은 모두 젤라틴화시켜

 

야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생쌀은 소화되기 어려워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밥, 왜 꼭 지어 먹어야 되는가?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2010. 12. 31., 자유아카데미)